보고 느끼는 에세이

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관계

글이살다 2019. 5. 18. 08:47

빨래가 건조기에서 모두 돌아가고 그 안에서 빨랫감을 빼서 개다가 아들의 바지 주머니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. 정체를 알 수가 없어 아이에게 물었더니.. “껌”이라고 했다.

껌이 어딘가에 묻는 일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에 속한다.(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이 왜 이렇게 많냐고 묻곤 하지만. 어쨌든)

껌은 이렇게 바지에 넣으면 안되고 껌이 머리카락에 묻을 경우 머리카락을 잘라내야 하며 껌 때문에 바지를 버리게 될 수도 있고 이게 해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다.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

“엄마. 다른 티 하나에도 껌을 넣은 것 같아요.”라고 말을 했다. 당황스러운 표정으로.

바지 속에서 껌을 발견하고 나는 별로 좋지 않은 말투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대답을 듣고 아이가 그 상황에서 솔직하게 말을 해주는 것이 참. 고마웠다.
(다행히 껌은 그 티셔츠에는 없었고, 바지에만 있었다. 바지는 아직도 수습이 다 되지 않았다.)

어떤 상황에서도 이렇게 솔직할 수 있는, 서로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