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이들 4살, 6살 때 한라산에 갔다가 쉬운 1시간짜리 코스로 어승생악 쪽을 보려고 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어리목 코스로 들어간 적이 있다. 가다가 중간에 잘못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고 너무나 긴 코스이자 아이들이 하기엔 어려운 코스라 돌아갈까 하다 아이들에게 물었다.
더 가볼까, 돌아갈까
그 곳은 한라산 정상이 위로 보이는 곳까지 가는 코스였고 그곳에 가면 라면을 판매한다.
아이들은 가서 라면을 먹고 싶다며 가고 싶다고 했다.
우리는 걷고 걷고 올라가고 올라가고를 무한반복해서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.
한 번도 업어주거나 안아주지 않고.
지나가는 분들께서 모두 한 번씩 보시며 너무 기특하다고 대단하다고 격려해주셨는데 지금에서 그 때의 사진을 보면 얼마나 자그마한 아이들이 그 일을 해냈는지, 응원해주셨던 분들이 이해가 간다.
그때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워서 보면 너무나도 행복해지는 사진이기 때문이다.
그때의 한라산을 올라간 일은 아이들에게는 무용담이기도 하고,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(나는 한라산을 아주 어렸을 때 올라갔다는)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, 여행을 하며 힘든 트래킹 코스를 할 때 이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.
케이프 브레튼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라는 스카이라인 트래킹 코스에서 일몰을 보기로 했다.
일몰은 9가 넘은 시각이었고, 우리는 7시가 조금 넘어서 트래킹을 시작했다.
총 3~4시간이 걸리는 코스이고, 그 곳에는 곰, 무스, 독수리가 산다. 그리고 도착한 바다에서는 고래를 볼 수도 있는 그런 코스이다.
바다쪽으로 난 길을 가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로 갈 수 있었는데 우리는 먼저 짧은 길로 가기로 했다.
바다쪽으로 난 길에 도착해서 예쁜 바다도 보고 일몰도 구경하며 저녁을 먹었다.
그리고 일몰이 끝나고 돌아오는데 짧은 길이 아닌 조금 더 긴 길을 선택해 돌아오기로 했다.
그런데 그것은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.
일몰을 보던 많은 사람들은 아무도 그길로 오지 않았다.
그 길은 생각보다 더 멀었고
일몰 후 생각보다 금방 어두워졌다.
날이 어두워지니 곰도 나오고 무스도 나오는 그 길이 동물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두려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.
우리는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걸었다.
밥 먹은 후 걸어 배가 아프고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힘들었지만
아이들은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아빠의 최고 속도에 맞추어 걸어주었다.
주차장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과 우리 차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란..
지켜주심이 참 감사했다.
그리고 우리에겐 큰 추억이 하나 생겼다.
무시무시한 밤 트래킹을 한 다음날
우리는 날씨가 흐린 관계로 높이 올라가는 트래킹을 포기하고 다른 중간이나 쉬운 난이도의 트래킹을 한 후 고기를 구워먹고 캠프파이어를 하려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캠핑장에 들어왔다.
전날 힘들었으니 편히 쉬는 저녁을 보내고 싶어서..
비가 올 예정이었던 관계로 큰 천막으로 텐트를 가리는 작업을 했는데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불더니 천막을 어마무시하게 펄럭거리게 만들었다.
바람이 계속 부니 휘청휘청하던 핀이 꽂혀있지 않은 우리 텐트는(너구리가 텐트 핀을 가져가버렸다.) 부러져 버리고 말았다.
그 길로 텐트와 모든 짐을 정리해서 캠핑장을 떠나 다음 여행 장소로 5시간을 새벽 운전해서 이동했다.
텐트와 짐을 정리하는 동안 아이들은 불을 피운 곳에 고기를 구워 밥을 먹었고 정리하는 엄마 아빠에게도 고기와 밥을 한 입씩 넣어주었다.
그렇게 숙소에 가서 자고 싶었는데 결국 차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.
온 몸이 어찌나 피곤하고 아픈지..
그리고 문을 연 팀홀튼에서 아침을 먹고 새 텐트를 샀다.
그렇게 우리의 어메이징한 추억이 또하나 생겼다.
어려운 일이나 힘든일을 또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,
극복한 후의 어려운 일은 추억이 된다는 사실은, 그 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큰 힘이 되는 것 같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