캐나다에서 1년 살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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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고 느끼는 에세이

여행 중 타의로 인한 쉼표-여행 중 비가 온다는 것

글이살다 2019. 7. 19. 04:50

평소 생활할 때보다 여행할 때는 참 비가 반갑지 않다.

정말 아름다운 장소에 가도 파란 하늘이 있을 때 하늘이 그 예쁨을 다 담당할 때가 많고, 아름다운 장소도 우중충한 하늘과 함께라면 그 아름다움이 덜해질 확률이 매우 높다.

푸른 호수나 강물 바다도 햇빛 아래에서는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해가 가려진 바다는 공포감 마저 느껴진다.

그래서 요즘은 어떤 곳에 가도 파란 하늘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어플도 있지만, 언제나 맑고 청명한 하늘과 함께 아름다운 나의 추억의 장소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늘 좋은 날씨를 기대하게 된다.

그냥 여행도 그러한데 캠핑으로 하는 여행은 더 그렇다.
트레일러를 쓰시는 분이 “비만 아니면 텐트도 참 좋죠.”하셨던 말이 참 와닿게 많은 불편이 있다.

먼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텐트를 보호할 수 있는 천막을 치는데 그 천막를 치는 일이 참 힘들다. 나무가 적절한 장소에 있어주면 고마운데 그렇지 않을 때 이리 저리 고민하고 땅에 핀을 박고 큰 돌을 주워오는 일이 참 보통 일이 아니다.

그래도 그 천막을 잘 치면 텐트부터 테이블까지의 공간이 확보되어 나름 쾌적한 생활 동선이 생긴다.

두번째로 불편한 점은 모기가 엄청 많아진다.
비가 오기 전날부터 비가 오는 날 당일,
모기가 정말 많아져서, 숲속 트레킹를 가는 날이면 모기와 함께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.

세번째로 불편한 점은 짐들이 젖을 수 있다는 것이다. 쨍한 햇빛이 있다면 금방 마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젖는 짐들은 참 싫다.

네번째로 불편한 점은 국립공원 등의 자연을 여행할 때 비가 온다는 것은 여행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.
도시 여행 할때야 실내가 있는 곳으로 가면 되니까 괜찮은데 자연은.. 텐트 안이 가장 안전하다.

요리 조리 비를 잘 피해다니기는 했지만
캐나다는 비가 자주 오는 것 같다.

오늘은 비가 왔다.
예보를 보고 어제 저녁에 몇시간이 걸려 천막을 쳐서 테이블까지의 확보된 공간에서 비를 피해 지내고 있다.

비가 오니 더 이상의 일정을 내려놓고 텐트에서 쉬는데 아이들은 참 행복해한다.
항상 결국엔 분주한 일정이 되고야 마는 우리의 빡빡한 여행 일정에 집돌이 아들은 항상 한켠에 불만이 있었는데 비 덕분에 숙소에서의 뒹굴뒹굴이 가능해졌다.
우산도 펼쳐놓고 놀이 공간도 만들어 두고
비도 맞아가며(공기가 깨끗한 나라이니 비를 맞아도 감기 말고는 걱정이 안된다.)
놀이 속 세상에 들어가있다.

더 많은 것을 보고 싶어, 신경쓸 것이 많아 여행때마다 살이 빠지고마는 남편도 덕분에 쉬는 시간이 생겨 낮잠을 자기도 한다.

여러 모로 비는 여행 중 반갑지 않기만 했었는데
뜻하지 않은 쉬는 시간을 주는 비가 오늘은 반갑기도 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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